무덥고 습하면서 찜통열기로 가득한 한여름이 한창인데, 쉽게 지칠 수 있는 무더위 속에서 잠시 동안이나마 즐거움을 안겨주는 음식 중 하나가 냉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원한 냉면 맛집에서 한 그릇 뚝딱 비우는 생각만 해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 느낌을 받는데, 여기서 생뚱맞을 수 있지만 냉면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살펴본다.
냉면 역사를 찾아보면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주로 한반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수확한 햇메밀로 만든 면과 겨울철 무로 담근 동치미를 이용한 겨울철 별미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중간 역사는 건너뛰고 50년대 6.25 전쟁을 겪으면서 남쪽으로 내려온 이북 피난민을 통해서 냉면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지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특히 근대에 와서는 인천 지역의 배달 음식으로 냉면이 명성을 떨쳤다고 하며, 이제 현대에는 여름은 물론이고 계절에 관계없이 사시사철 즐기는 별미로 자리 잡고 있다.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산뜻하게 살려주는 냉면은 한국인의 여름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냉면에 어울리는 와인이 과연 존재할까 의아해 할 수 있지만, 그런 와인이 있다고 하며 매우 잘 어울리는 매칭이 존재한다고 한다.
평양냉면에 어울리는 드라이 리슬링
평양냉면의 맛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평안도 출신 시인 백석은 '국수'라는 그의 시에서 평양냉면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 ~ 부드럽고 수수하고 심심한 것은 무엇인가 (중략) / 이 그지없이 고담 枯淡 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이렇듯 부드럽고, 심심하고, 수수하고, 고담 하고, 소박한 평양냉면과 잘 어울리는 와인은 바로 드라이한 리슬링이라고 한다.
아로마틱 한 향과 경쾌한 산도, 독특한 미네랄 풍미의 리슬링은 마치 평양냉면이라는 담백한 캔버스 위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떨친다.
메밀 면의 깊고 은은한 맛과 향은 리슬링 특유의 미네랄 향과 훌륭한 조화를 만들어내고,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육수는 리슬링의 매력적인 과실 향과 어우러지며 입안을 즐겁게 한다.
또 다른 매칭의 포인트는 평양냉면 육수 조리법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데, 예전의 평양냉면은 베이스가 동치미 국물이었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동치미 외에도 갖가지 동물성 재료로 만든 육수가 활용되면서 맛의 균형감, 보디감, 복잡성 측면에서 보다 고급화되었다. 이런 육수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리슬링의 경쾌한 산도와 더욱 잘 어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리슬링은 육류나 가공육과도 잘 매칭이 되는 몇 안 되는 화이트 품종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알자스 지역에서는 육류나 가공육 찜, 또는 구이를 먹을 때 리슬링을 곁들이는 것을 당연시한다고 한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리슬링 산미의 매력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것 같다. 평양냉면에 리슬링을 곁들일 때는 반드시 잘 칠링 된 드라이 리슬링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리슬링의 고향인 독일의 카비네트나 스패트레제급의 드라이(독일어로 Trocken) 리슬링이 제격이며, 다른 지역 리슬링으로는 호주 남부 클레어 밸리나 에덴 밸리 그리고 뉴질랜드 남섬 캔터베리 지역의 드라이 리슬링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추천되고 있다.
함흥냉면에는 오프 드라이 스위트 리슬링
그리고 시원한 육수가 매콤 달콤한 양념장으로 바뀌는 함흥냉면에도 리슬링이 상당히 유효하다. 그러나 평양냉면과 달리 스패트레제나 아우스레제급의 오프 드라이나 스위트한 리슬링이 더 어울린다.
그 이유는 함흥냉면을 먹을 때 기호에 따라서 설탕을 가미하는 이유와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매콤한 맛에 단맛을 더하는 선택은 틀리지 않다. 더군다나 리슬링이 주는 깔끔하고 세련된 달콤함은 설탕과의 비교함을 거부할 정도로 함흥냉면의 매콤 달콤한 매력을 배가시켜줄 것이다.
또한 리슬링의 복잡한 산미는 보통 냉면에 뿌려주는 식초에서는 찾기 힘든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는데, 평양냉면에 비해 전분이 높은 면이 주는 쫄깃쫄깃한 식감은 씹는 시간을 늘려주면서 입안에서 펼쳐지는 매칭의 향연을 좀 더 오랫동안 즐기게 해 주는 추가적인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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