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년 만에 싱가포르 최고의 카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브랜드. ‘바샤 커피’의 이야기다.
싱가포르에 가면 꼭 바샤 커피를 맛보자.
바샤 커피(Bacha Coffee)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9년 싱가포르에서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모로코 등 전 세계에 7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200종에 이르는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원두를 한곳에서 맛볼 수 있을까? 여러 나라에서 생두를 수입해서 싱가포르에서 일일이 핸드 로스팅을 거치기 때문에 어떤 원두를 선택하던지 신선도가 좋으며, 풍성한 커피 향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바샤 커피 매장의 디자인이 훌륭하다. 매장에 가면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의 왕궁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닥에 깔린 독특한 문양의 타일부터 반짝거리는 틴케이스로 가득 찬 벽면까지, 사치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고풍스러움이 느껴진다.
심지어 포장지나 쇼핑백도 금박이 휘둘러져 있어서 마치 명품 브랜드를 연상시킨다. 아무리 에코시대라지만, 기왕이면 아름답고 반짝거리는 것들에 지갑을 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감의 심리가 아닐까? 그렇게 바샤 커피는 단 3년 만에 싱가포르에서 놓칠 수 없는 감각적인 카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세기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시작된 전설의 바샤 커피 로고를 보면 이 브랜드가 지나온 과거와 나아갈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바샤 커피 로고를 보며 재밌는 점은 ‘1910’이라는 숫자인데, 마치 1910년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1910이라는 숫자의 정체는 바로 모로코에서 유명한 커피하우스인 '다 엘 바샤 팰리스'가 지어진 연도를 말한다고 한다.
무역의 도시인 마라케시 한복판에 위치한 덕분인지, 전 세계의 진귀한 커피와 사람들이 모로코의 이 커피하우스에 모였다고 한다. 이 커피하우스는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리고 영국 수상이었던 원스턴 처칠 등 수많은 정치, 문화계의 유명인들이 방문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었던 커피하우스이자 가장 은밀한 사교 중심지였던 셈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다 엘 바샤 팰리스'는 문을 닫게 되고 만다. 화려했던 이야기나 역사가 과거로 묻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19년, 싱가포르 신생 카페 브랜드로 ‘바샤 커피’가 등장하며 60년 전 화석처럼 파묻혀서 사라졌던 운명은 다시 탄생하게 된다.
60년 전 모로코 커피하우스에 있었던 바닥 문양과 똑같은 체크 패턴의 타일이 사용되고, 기둥에 쓰인 블루와 오렌지빛 컬러를 그대로 옮겨와 인테리어에 사용되었다. 바샤 커피 매장 직원들은 이슬람 전통복과 비슷한 하얀색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있는데, 여기가 모로코인지, 싱가포르인지 헷갈릴 정도로 놀라운 싱크로율이다.
당대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했던 커피하우스의 모습이 낯선 지역인 싱가포르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성공한 것이다.
그러면 싱가포르의 바샤 커피의 신화를 만들어낸 사람은 누구일지 궁금해지는데, 그는 ‘타하 부크 딥’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만든 경력이 있었다. 찻잎에 신경 좀 쓴다는 카페에서 본 적 있을지 모르는 고급 차 브랜드인 ‘TWG Tea’이다. TWG는 2008년에 설립됐지만, 여기도 ‘1837’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로고에 사용하는데, 1837은 싱가포르 상공회의소가 처음으로 생긴 연도라고 한다.
그는 동일 전략으로 ‘바샤 커피’에 역사를 불어넣었고, 사람들의 성공적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다. TWG가 럭셔리 차를 대표한다면, 바샤 커피는 고급 커피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저렴한 럭셔리(Affordable luxury)’라고 말할 수 있다. 완전한 사치품이라기보다는, 누구든지 접근 가능한 저렴한 럭셔리가 앞으로 확장성과 지속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이다.
확실히 바샤 커피는 저렴한 브랜드는 아니다. 매장에서는 커피 한 잔에 평균 1만 원대 가격이고, 드립백은 12개입 기준으로 33,000 원하는 높은 가격대이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 가격이다. 그렇치만 평범한 직장인이 접근하지 못할 만큼 미친 듯이 비싼 수준도 아니다.
휴일 백화점에 놀러 와서 명품 가방 구매는 어렵더라도, 명품 커피쯤은 기분 좋게 마시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착안된 것인데, 바샤 커피는 바로 이러한 빈틈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저렴한 럭셔리라 하더라도 어쨌든 럭셔리이다. 바샤 커피는 어떻게 럭셔리를 표방할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매장에 가보면 알 수 있다.
바샤 커피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여기가 왕의 응접실인가 할 정도의 착각이 일어난다. 황금빛 주전자, 커피잔은 물론이고 생크림, 바닐라빈, 각설탕까지 곁들여 마실 수 있는 재료가 풍성하게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테이크아웃도 똑같은 구성으로 커피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커피 마스터를 말할 수 있다. 백화점에 VIP를 위한 전문 퍼스널 쇼퍼들이 대기하는 것처럼, 바샤 커피에도 커피 마스터가 있다.
이들은 각자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각 커피의 특징 및 맛있게 마시는 법, 역사까지 숨겨진 이야기들을 전해준다고 한다. 200개가 넘는 커피 라인업 중에서 어떤 걸 마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다.
바샤 커피가 ‘커피계의 에르메스’라는 수식어는 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오랜 전통과 최고의 장인정신은 명품 브랜드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말이었으나, 하지만 바샤 커피는 두 가지 비법으로 그것을 가능케 하였다.
먼저 싱크로율에 있다. 바샤 커피는 20세기의 잊힌 이야기를 갖고 와 높은 감도의 디자인을 현실에서 구현했는데, 사람들이 이것을 오래된 전통이라고 믿었다. 누구도 원본을 자세히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이 모방인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방도 장인정신으로 만들면 진품과 비교가 어렵다.
두 번째는 가격이다. 바샤 커피 가격은 일반 카페와 비교하면 당연히 비싸 편이다. 하지만 백화점 1층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건 중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바샤 커피는 커피를 판 게 아니라 아주 럭셔리한 서비스를 편안한 가격에 판매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다른 커피 브랜드랑 차별화된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바샤 커피는 정말로 커피계의 명품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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