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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리스 와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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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에서 아시르티코가 자라는 모습 / 출처 wine21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불멸과 부활의 상징인 불사조 피닉스는 그리스 와인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스는 비록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는 아니지만, 그리스 문화는 인류 역사 상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언제나 와인과 연결되어서 인근 지역인 서구 사회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이후 투르크족의 침입과 지배로 그리스 와인 문화는 한때 소멸되는 듯하였으나, 그리스의 기후, 토양, 토착 품종을 바탕으로 그리스 와인은 부활하였다.

그리스에서 생산된 와인 중 75%가 국내에서 소비되다가 경제 불황 시기를 지나면서, 해외 시장에 고개를 내민 그리스 와인들은 1990년대 말에 이어서 전 세계 와인 애호가에게 다시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영향 때문인지 한국 시장에 진입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매력 만점의 그리스 와인을 소개해 본다.

 

불가능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선 그리스 와인.

출처 wine21


 부타리 모스코필레로, 아반티스 렝가, 비블리아 호라 화이트(왼쪽에서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그리스 화이트 와인 - 부타리 모스코필레로 2013

4 대에 걸쳐 가족 경영을 해오고 있는 부타리 가문의 와인으로, 풍성한 흰 꽃과 시트러스류의 복합적인 향이 여심 자극에 적합한 와인이다. 높은 산미와 깔끔한 맛, 음식과 조화로운 쌉쌀함과 길고 스파이시한 여운이 일품이라고 한다.

 

아내에게 바친다는 그리스 화이트 와인 – 아반티스 렝가 2014

아반티스 포도농장 소유주가 아내 이름으로 헌정한 와인이라고 한다. 그리스 에비아 섬에서 게브르츠트라미너 100%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흰 꽃과 레몬 향이 특징인데, 산미가 주는 골격과 상큼함이 좋아 그리스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는 와인이라고 한다.

 

베스트셀러급의 화이트 와인 – 비블리아 호라 화이트 2014

그리스 북부 카발라 지역 아시르 티코 40%와 소비뇽 블랑 60%가 블렌딩 된 와인이다. 구즈베리, 야생 흰 꽃,  풋풋한 피망 향 그리고 레몬향이 스쳐가는 듯한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출처 wine21

게 로바 실리우 화이트, 가 발라스 산토리니, 아카키스 로제 스파클링 (왼쪽에서부터)

 

2014년 와인 스펙테이터 탑 100에 선정된 게 로바 실리우 화이트 2014

그리스 유명 와인 생산자인 반겔리스 게 로바 실리우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에파노미에 위치하고 있다. 이 와인은 그리스 토착 품종 말라 구지아(Malagousia)와 아시르 티코(Assyrtiko)로 브렌딩 되었다. 고대 품종인 말라 구지아는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었으나 반겔리스 게 로바 실리우에 의해 부활되었다고 한다.

게 로바 실리우 화이트는 현재 그리스에서 인기가 높아 2백만 병이라는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 와인은 피노 그리 혹은 피노블랑과 유사한 매우 친숙한 향이 느껴지는데, 부드러운 질감, 둥글려진 느낌, 풍부한 미네랄의 풍미가 느껴진다. 약간의 스파이스와 잘 익은 시트러스 풍미도 있어 아시아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와인으로 추천되고 있다.

 

산토리니 홍보대사가 돼버린 불가능 속에서 탄생한 와인 – 가 발라스 산토리니 2013

산토리니 지역은 강한 바람과 적은 강수량으로 포도나무가 둥글게 말리면서 자라는데, 이 덩굴 더미에서 포도가 열린다. 이를 손으로 일일이 조심스럽게 선별하고 수확 후 양조하기 때문에 수확한 포도 중에서 약 25%만 와인이 되는 귀한 와인이다.

100%의 아시르 티코 품종으로 누룩, 사케, 전통주와 같은 친숙한 향을 지니고 있다. 꽤 진한 금빛 색깔에 입 맛을 돋워주는 좋은 산미, 풍부한 미네랄과 짭짤한 감칠맛으로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정말 좋은 와인이며, 산토리니 지역을 강조하고 홍보하기 위해 푸른색 병에 담겨있다고 한다. 이렇듯 귀한 와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시르 티코 품종으로 만든 와인 재구매율은 90%를 상회한다고 한다.

 

2014 코리아 와인 챌린지에서 은상을 수상한 아카키스 로제 스파클링 2014

아카시아를 뜻하는 그리스어 아카키스로 불려지는 이 와인은 그리스의 네비올로라고 불리는 시노 마브로(Xinomavro)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진한 장밋빛 핑크색과 야생의 붉은 열매 풍미가 느껴지고 입 맛을 돋워주는 산미를 지녔는데, 유난스럽게 고운 색과 지속적인 기포, 단 맛이 스쳐지는 여운이 기억되는 와인이다.

 

가성비 좋은 고품질의 그리스 레드 와인

출처 wine21


 에노트리아 레드, 비블리아 호라 레드, 알파 악시아(좌측으로부터)  

 

와인 탄생지 크레테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와인 – 에노트리아 레드 2013

기원전 2200년부터 크레테에서 포도 재배가 시작되었다는데, 이곳에서 다시 서구 쪽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0년 설립된 둘 루 파키스(Douloufakis Winery)는 크레테 토착 품종인 리아 티코(Liatiko) 40%, 코치 팔리(Kotsifali) 40%에 국제 품종 시라(Syrah) 20%를 블렌딩 한 에노트리아 레드를 양조한다.

흙냄새, 스파이스, 잘 익은 체리, 초콜릿 봉봉,  담배 그리고 가죽 냄새 등 복합적인 향과 열매, 예리한 스파이스, 미네랄 풍미가 좋은 맛을 선사하고, 스모키 한 긴 여운도 일품인 가성비 좋은 양질의 레드 와인이다.

 

그리스의 새로운 프리미엄 와인 – 비블리아 호라 레드 2012

그리스 판테온 산에서 유기농법으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그리고 그리스 토착 품종인 아기 오르기 티코(Agiorgitiko)가 블렌딩 된 와인이다. 어두운 루비 빛깔, 검붉은 과실과 스파이스, 체리 풍미가 그윽한 좋은 와인으로 전형적인 보르도 블렌드에 약간의 토착 품종을 섞어서 익숙하게 느껴지면서도 새로운 와인이다.

 

그리스 와인 대사 격이라 할 수 있는 – 알파 악시아 2011

알파 포도농장은 1997년 포도 재배 경험이 풍부한 마키스 마브리 디스(Makis Mavridis)와 와인 양조학자 앙겔로스 라트리 스(Angelos Latridis)가 그리스 북서부 아민 데온에 만든 농장이다. 포도원 근처에 있는 2개의 호수는 국제 품종과 토착 품종 모두에게 이상적인 조건으로 고품질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악시아는 수출용으로 시노마 브로를 소개하기에 가장 적합한 블렌딩 짝으로 시라를 선택했다. 검붉은 열매, 스파이스, 바이올렛을 비롯하여 색이 짙은 꽃, 말린 무화과, 포푸리 향에 입을 조아리게 하는 타닌은 산미와 탁월한 밸런스를 이룬다. 계속 입 맛을 다시게 하면서 음식을 먹게 만드는 마력의 와인이다.

 

출처 wine21

크티마, 끼르야니, 람니스타(좌측부터)

 

그리스 공주 결혼식 연회에 등장한 와인 – 크티마 끼르야니 2011

크티마(Ktima)는 프랑스 도멘(Domaine)을 의미하면서, 끼르야니는 1879년 설립된 부타리 와인회사에서 파생된 프리미엄 와인에 붙여졌다고 한다. 와인 이름 중 끼르라는 단어는 영어의 경(Sir) 보다 부드러운 표현이라고 한다.

나우사 지역 시노 마브로 100% 와인은 끼르야니의 대표적인 와인이다. 향수처럼 번지는 은은한 꽃, 허브, 달콤한 스파이스 풍미가 좋으며, 작고 촘촘하며 풍부한 타닌이 산미와 조화를 이루는데, 시노마 브로를 처음 맛보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와인으로 특히, 양고기와 궁합이 좋다고 한다.

  

기적 같은 균형과 부드러움을 선사하는 와인 – 람니스타 2011

소믈리에 로버트 파커로부터 ‘숨은 보석 같은 와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와인이다. 시노 마브로 100% 와인이며 다소 옅은 색을 띠고 있다. 약재용 허브, 감초, 송로 버섯, 붉은 과실, 수풀, 흙내음 향이 우아하고 섬세하게 다가온다. ‘시노 마브로는 그리스의 네비올로’라는 말에 수긍하게 만든다. 입에서는 산미가 높으면서  붉은 과실 향이 풍부하며, 잘 익은 유연한 타닌과 미네랄 풍미가 전해오는 와인이다. 시노 마브로 품종이 지닌 강한 산미와 타닌을 극도로 조화로우면서도 부드럽게 담아낸 기적 같은 와인이랄 수 있다.

 

다른 차원의 황홀함을 선사하는 그리스 프리미엄 레드 와인.
 

출처 wine21

디아포 로스, 1879, 시노 마브로 싱글빈야드(좌로부터)

 


절대 존재인 ‘어머니’를 기억하는 와인 – 디아포 로스 2011

부타리 형제의 어머니가 가장 사랑했던 디아포 로스 섬 이름에 따온 와인이다. 40년 이상의 고목에서 얻은 시노 마브로 90%에 시라 10%가 블렌딩 되었다. 시노 마브로는 장단점이 너무 극명한 품종이라 이를 보완하면서, 숙성 초기 음용의 부드러움을 위하여 국제 품종이 자주 블렌딩 된다는데. 소량의 시라를 만나는 이 와인은 아주 향긋한 꽃, 스파이스 향이 상당히 우아함을 주며, 붉은 과실, 스파이스, 부드러운 타닌과 감칠맛의 향연을 즐길  있게 해주는 훌륭한 와인이다.

 

그리스의 론 같은 와인 – 끼르야니 1879, 2007

1879는 부타리 와이너리 설립 연도이자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소망인 18홀 79타를 의미한다고 한다. 시노 마브로 100% 와인으로 숙성에 따라서 감초를 비롯한 복합적인 약재, 미네랄, 스파이스 풍미가 두드러지는 와인이다. 마치 한방차의 뒷 맛처럼 화하고 은은한 느낌이 오래도록 지속되는데, 긴 여운 끝에 계피 풍미가 분명히 느껴진다. 적당한 바디감, 산미와 타닌의 여전한 싱그러움으로 감칠맛이 풍부한 수작 와인이다.

 

단일 포도원의 100년 고목이 선사하는 깊이 있는 와인 – 알파 시노 마브로 싱글빈야드 헷지호그 2010

아민데온 내 단일 포도원에서 100년 이상된 고목의 시노 마브로로 12개월은 프랑스산 오크통, 이후 12개월은 병에서 숙성 후 출시되는 와인이라고 한다. 로버트 파커 90점,  서늘한 북부기후의 시노 마브로는 홍갓, 루꼴라 등의 식물성 향이 강한데, 일반적인 레드 와인에서 느끼는 허브 혹은 그린의 부정적인 느낌보다는 입 맛을 돋우는 친숙함이 느껴진다.

첫 향이 스쳐가면, 달콤하고 잘 익은 붉은 열매, 카스텔라 등의 바닥 혹은 윗부분이 졸여진 향과 이에 어우러지는 체리향이 일품이다. 입에서는 잘 익은 붉은 과실과, 말린 과실 풍미가 잘 느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 헝가리산 파프리카 가루 등의 매콤한 풍미가 와인의 복합성을 배가시켜 준다.

 

 

출처 wine21

알파 유토피아, 아기오스 크로노스, 알파 아바톤(좌로부터)

 

그리스 테루아를 담아내는 따낫 – 알파 유토피아 2010

따낫(Tannat) 100% 단일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와인이다. 만생종 따낫에 이상적인 기후를 제공하는 아민데온 고원과 훌륭한 와인 양조학자 앙겔로스 라트리디스에 의해 탄생한 와인이다.

와인은 양조 후 18개월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그리고 18개월 병에서 숙성을 거쳐 출시된다고 한다. 코코아, 커피의 달짝지근한 잘 익은 작은 열매 향을 느껴지며, 아주 풍부한 타닌과 생동감을 주는 산미, 짭짤한 감칠맛으로 음식을 부르는 와인이다. 

 

중요하고 신성한 시간을 위한 와인 – 아기오스 크로노스 2009

아기오스(Agios)는 ‘신성한’을 뜻하는데, 과거 와인을 신성한 음료로 여겼던 시절에 와인을 만들면서 기울인 정성을 의미한다. 국제 품종인 시라 92%, 비오니에 8%가 블렌딩 되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보랏빛을 띠는 와인은 미네랄, 복합적인 꽃, 초콜릿, 계피 사탕, 잘 익은 검은 열매 향이 매우 진하다. 바디와 질감이 상당하며, 타닌은 작고 부드러워 마시기에는 편한 편으로, 오랜 시간 조리한 고기 요리를 연상시키는 와인이다.

 

도달할 수 없는 고대 그 이상 세계의 와인 – 게 로바 실리 우 아바톤 2011

아바톤은 영화 아바타와 같은 어원으로 ‘도달할 수 없는’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 고대 토착 품종인 림니오(Limnio), 마브 루디(Mavroudi), 마브로 트라가노(Mavrotragano)가 블렌딩 된 와인이다.

림니오의 경우 기록된 가장 오래된 고대 품종 중 하나로 기원전 4세기경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의 언급에서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림니오는 림노스섬, 마브로는 검은, 트라가노는 작은 주둔지를 각각 의미한다.

백합 등의 굉장히 농밀한 꽃, 흙내음, 버섯, 미네랄, 잘 익은 체리 향이 농축된 복합적인 맛이다. 부드럽고 깊이 있는 질감, 미네랄 풍미가 두드러지는 긴 여운이 멋스러운 다른 차원의 와인이다. 고대 품종 림니오는 ‘신의 한 수’ 처럼 와인을 정말 고급스러우면서도 풍부하게 만든다.

  

 

그리스 와인센터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그리스 와인은 아직 다소 생소할 수 있고, 발음도 어렵지만, 오랜 역사만큼 자료가 많기에 관심 있는 와인 애호가들에겐 어쩌면 쉬운 와인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스 토착 품종은 300종 정도인데, 대표 품종 4가지 중 화이트 품종으로는 아시르 티코와 모스코필레로를, 레드 품종으로는 시노마 브로와 아기 오르기 티코를 우선 추천한다고 한다. 그리스 와인 전체 생산량의 70%는 화이트 와인이며 나머지는 레드 와인과 디저트 와인인 빈산토가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스 와인은 음식과 더불어 발달하여서, 반드시 음식과 함께 즐길 때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다고 말하며, 헬레닉 와인 파를로스 장 대표는 그리스 와인에 사용되는 토착 품종 및 와인 생산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와인을 수출할 때 사용되는 저장 및 수송용 암포라도 그리스에서 탄생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슬람의 영향으로 한 동안 맥이 끊겼었던 그리스 와인 양조는 해외, 특히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으며 경험을 쌓은 젊은 와인 생산자들이 이끌어가고 있다고 전한다. 이들이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을 이해하면서 표현해내는 그리스 와인을 꼭 한번 만나보길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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