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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민음식 살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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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의 설움을 달래주는 우크라이나 국민음식 ‘살로’를 소개해 봅니다

 

고소하면서 짭짤한 삼겹살은 한국의 대표적인 돼지고기 요리라 할 수 있고, 1980년대 들어서 우리 식탁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전역에서 돼지비계를 즐기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나 유라시아 초원 서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선 염장을 한 생삼겹살이 대표적인 요리로 통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초원지역의 교류와 그 역사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출처 29street

위 사진은 16∼17세기경 우크라이나 지역에 살고 있던 코사크인을 다룬 대머리 배우로 유명한 율 부린너가 주연한 영화 ‘대장 부리바’의 한 장면으로, 살로(Salo)라는 식문화도 이때쯤부터 확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국민음식으로 꼽히는 ‘살로(아래 사진)’는 돼지비계를 염장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우크라이나인의 돼지비계 사랑은 1000년 전 기록에도 남아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됐다고 한다.

출처 29street

버터처럼 빵 위에 얹어진 살로 모습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겨울을 지켜주는 음식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돼지비계를 염장한 ‘살로’인데, 만드는 법은 단지에 생돼지비계를 넣고 그 위에 소금을 뿌리면 될 정도로 비교적 간단하다고 한다.

살로 자체로도 맛있지만 추운 겨울철에 살로를 얇게 썰어 빵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한다. 고열량이면서도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 추위를 이겨내는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극동 지역과 시베리아에서도 우크라이나 출신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음식은 자연스럽게 시베리아의 토착 음식으로도 여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비계를 먹는 풍습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고대 로마에서도 ‘라르도’라 불리는 음식으로 존재했었고, 그리고 영국과 그 영향을 받은 미국에서도 ‘포크 스크래칭’이라 하여 간식이나 요리로 먹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추운 북쪽 지방에 살던 읍루인, 그리고 그들 후손인 만주족이 돼지비계 즐겨 요리하여 먹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데 대부분 나라에서 돼지비계 먹는 것을 그리 자랑스러워하지는 않는다. 돼지비계는 쉽게 상할 수 있고 역한 냄새가 강해 요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빈곤층이나 고기 손질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숨어서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출처 msbing



그렇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살로 사랑은 꽤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살로는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손꼽는 것은 물론이고, 서부 리비우에는 한때 살로 박물관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다. 우크라이나 지역은 ‘체르노젬’이라는 흑토지대가 발달한 일명 세계의 곡창지대이다. 신선한 곡물과 야채가 풍부한 우크라이나에서 어쩌다가 돼지비계가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데, 그 배경에는 다양한 문화가 교차해온 비옥한 지대에서 살아온 우크라이나인들의 숨겨진 역사가 있다고 한다.

 

약소국의 강인한 생존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인의 돼지비계 사랑은 약 1000년 전 ‘키이우 루시’ 시절 기록에 나올 정도로 오래됐다는데, 키이우 루시는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슬라브 인들이 세운 최초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도 우크라이나 일대는 동아시아 초원지역에서 건너온 유목민들이 정착해 살고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가 삼국시대였던 서기 3세기 때 중국에 패망한 흉노 일파에서 시작된 훈족이 이 지역으로 대이동 하였다. 그 후엔 몽골에서 나라를 세우고 고구려와도 협력했던 유연의 후예인 아바르족이 이곳에 선진 기마문화를 전파했다. 또한 튀르크 일파가 세운 하자르 칸 국도 동유럽과 교역을 담당하면서 이곳에서 세력을 키웠다고 한다. 그리고 키이우 루시 멸망 직후 몽골이 세운 킵차크한국까지 있었다.


이렇듯 동아시아에서 출발한 유라시아 초원 문화는 우크라이나 고대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로의 어원도 동쪽에서 밀려들어온 유목민의 등장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살로는 말의 안장(Saddle)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돼지 살 위에 얹어진 지방이 마치 푹신한 안장 같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살로의 등장은 오랫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아온 역사와도 관련이 깊다. 16세기 이후 우크라이나 역사는 코사크인의 발흥으로 다시 시작됐다는데, 강인함을 상징하는 변발의 코사크인들은 독립을 향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살로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널리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이 지역을 지배하던 무슬림 튀르크나 유대인들은 모두 돼지고기를 금기시하여서,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가장 구하기 쉬운 돼지비계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한 것이라고 한다.

 

돼지비계는 오랫동안 강력한 외세의 지배를 받아오던 우크라이나인들의 든든한 열량 공급원으로 사랑받아온 것이다. 마치 한국전쟁 후 널리 퍼진 부대찌개처럼, 다른 이들이 잘 먹지 않는 음식을 개발한 것이다. 살로가 지금까지 국민음식으로 사랑받는 것도 그들의 강인한 생존력을 상징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출처 msbing

 

보드카와 곁들여 먹는 최고의 술안주 살로.

한국에서 삼겹살은 1970년대 말경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유행을 탔다고 하지만 비계가 낀 돼지고기에 대한 사랑은 역사가 깊다. 일제강점기 시기의 요리책에서도 “삼겹살은 돼지 중에 최고”라 칭할 정도였다.

삼겹살 구이는 비계 특유의 잡내 때문에 식탁에는 늦게 등장했다. 비계는 고기 중에서 값이 제일 싸고 인기 없는 부위였지만 냄새를 없애고 비계 사이사이에 고기를 끼워 넣는 종자 개량을 통해서 삼겹살이라는 음식이 탄생하였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모두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끝자락 부분에 위치하고 있어서 유목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고초를 겪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런 배경은 양국 모두 농업에 기반하지만 다양한 고기 가공 문화가 발달시키게 된 것 같다.

고기는 또 농경민이 쉽게 접하는 음식은 아니다. 가난했던 두 나라는 돼지비계 요리를 개발해 부족한 음식을 보충하려 했던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살로와 삼겹살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최고의 술안주라는 점이다. 삼겹살과 소주처럼 살로엔 보드카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 국가는 언어, 풍습, 문화 등 유사점이 많은 나라이다. 또한 두 나라는 약 2000만 명의 희생으로 나치의 공격을 막아낸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서로 파시스트라 부르며 현재 동족상잔의 비극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앞으로 러시아군이 퇴각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거주 러시아계 사람들과의 내전 같은 갈등이 심히 우려되기도 한다.

어떠한 명분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하루속히 전쟁은 끝나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청년들이 염장 삼겹살인 살로에 보드카 한잔을 진하게 마시면서 포옹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출처 msb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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